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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HIV '국가비상사태'…세부 지역 청소년 감염 300%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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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50명 신규 감염, 10년간 500% 증가…"낙인이 바이러스보다 빨리 죽인다"

필리핀에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보건 당국이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언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세부 등 중부 비사야 지역에서 청소년과 젊은층 감염이 급증하며 경보음이 울리고 있다.


필리핀 보건부는 2025년 초 HIV를 공중보건 비상사태로 공식 선포했으며, 지난 10년간 신규 감염과 에이즈 관련 사망이 500% 증가했다고 밝혔다.

2023년 한 해에만 전국적으로 2만6700건의 신규 감염이 보고돼 하루 평균 약 50건의 새로운 감염이 발생했으며, 에이즈 관련 사망자도 1700명에 달했다. 2025년 6월 기준 전국 누적 감염 사례는 15만3798건으로 집계됐다.


세부 빈센테 소토 기념 의료센터(VSMMC) 내 HIV 허브인 카암박 클리닉의 캐슬린 조이스 '킷캣' 델 카르멘 소아과 전문의는 "전 세계적으로 HIV 감염이 감소하는 추세지만 필리핀에서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테오도로 허보사 보건부 장관은 "신규 환자 다수가 청년이라는 사실이 가장 우려스럽다"며 "15~25세 연령대에서 HIV 발병 건수가 전년 대비 약 500%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부 비사야 지역은 필리핀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지역 중 하나다. 2025년 6월 기준 진단된 사례가 1만1347건으로 전국 상위 5개 지역에 포함됐다.

특히 세부가 속한 7권역은 2025년 1분기 신규 감염 6위였으나 2분기에는 4위로 급상승했다. 4월~6월 사이에만 367건의 신규 감염이 기록돼 초반 몇 개월의 225건에서 급격히 증가했다.

카암박 클리닉에서만 2025년 1월~9월 사이 1210명이 검사를 받았다. 이 중 31명이 양성 판정을 받아 치료에 회부됐으며, 50명은 고위험군을 위한 예방 약물인 노출 전 예방요법(PrEP)을 시작했다.

2025년 9월 기준 1373명이 클리닉에서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ART)를 받고 있다. 대부분이 남성(87%)이며, 25~49세 연령대가 가장 많다.


보건 인력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젊은 필리핀인들의 감염 증가다.

델 카르멘 박사는 "신규 진단 환자 대부분이 15~34세"라며 "이는 우리 청소년들이 더 어린 나이에, 더 빠르게 감염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세부에서는 현재 출생 시 감염된 신생아들의 양성 사례가 나오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성 접촉으로 전파된 최연소 사례가 15세였으며, 첫 성 경험이 12세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보고다.

지난 5년간 15세 미만 및 15~24세 연령대의 HIV 감염 사례가 300% 이상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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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전파 경로 중 77%가 남성 간 성관계(MSM)에서 발생했다. 또 다른 12%는 주요 인구 집단의 파트너로부터, 6%는 약물 주사 사용자, 5%는 기타 원인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보고된 전체 사례의 83%는 남성 간 성관계에서 발생했다. 필리핀은 아시아 최대 가톨릭 국가로 동성 결혼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점차 개방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데이팅 앱으로 즉석 만남이 쉬워진 것도 바이러스 확산 배경으로 지목된다.


HIV에 대한 치료법은 없지만, 현재 약물로 관리가 가능하다. 현재 표준 약물인 LTD 요법(라미부딘, 테노포비르, 돌루테그라비르)은 부작용이 최소화된 하루 한 알의 정제다.

정부의 2018년 HIV 법안은 15세 이상에게 노출 전 예방요법(PrEP)과 노출 후 예방요법(PEP) 접근을 허용해 성적으로 활동적인 청소년들에게 더 많은 안전 옵션을 제공한다.

중부 비사야는 현재 20개의 HIV 치료 허브를 보유하고 있으며, 카암박은 전체 비사야 지역의 보건부 공인 확정 검사 센터 역할을 한다.

하지만 델 카르멘 박사는 "낙인이 극복해야 할 가장 어려운 장벽"이라며 "사람들이 검사를 받도록 하는 데 가장 큰 과제"라고 강조했다.


HIV를 갖고 태어난 아이들의 경우 심리적 고통이 크다. 많은 아이들이 매일 먹는 약을 단순히 비타민이라고 생각하며 자란다. 청소년기가 되면 "왜 매일 이걸 먹어야 하나요?"라고 질문하기 시작하고, 그때 의사, 사회복지사, 심리학자의 도움으로 조심스럽게 진실을 밝혀야 한다.

성인의 경우 침묵이 더 치명적일 수 있다. 일부는 두려움 때문에 검사를 거부한다. 다른 이들은 가족에게도 진단 사실을 숨기고, "발각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약 복용을 중단한다.

델 카르멘 박사는 "낙인이 바이러스보다 빨리 죽인다"며 "사람들이 검사를 지연하고, 치료를 미루다가 우리에게 올 때면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모든 수치가 암울한 것만은 아니다. 2021년 이후 진행된 HIV 질환으로 진단받는 사람의 수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어 더 많은 감염이 조기에 발견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2025년 2분기에만 전국적으로 161명의 사망이 보고됐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0% 감소한 수치다.

이러한 진전은 2030년까지 UNAIDS/WHO의 95-95-95 글로벌 목표 달성에 중요하다. 이는 HIV 감염자의 95%가 자신의 상태를 알고, 진단받은 사람의 95%가 치료를 받으며, 치료받는 사람의 95%가 바이러스 억제를 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2025년 6월 기준 필리핀은 57-66-47로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한 걸음 전진했다고 델 카르멘 박사는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필리핀의 HIV 퇴치가 병원에서만 이뤄질 수 없다고 말한다. 조기 교육, 개방적인 대화, 그리고 검사와 치료를 둘러싼 수치심을 해체하는 것이 필요하다.

델 카르멘 박사는 "HIV 검사는 일반 혈액 검사만큼 정상적이어야 한다"며 "일상적이고, 낙인 없이, 표준 건강 관리의 일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은 현지 교민들에게 "필리핀 내 HIV 감염 사례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감염 예방을 위한 유의사항을 철저하게 준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세부의 최전선에 있는 카암박 같은 허브의 의사, 상담사, 옹호자들은 조용히 일을 계속하며, 진단 후 환자들이 삶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돕고 새로운 감염을 예방하고 있다.

모든 통계는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되며, 모든 사람은 두려움 없이 살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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